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카모메 식당,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간

by 느린눈아 2022. 2. 7.

시나몬 롤과 커피 한 잔, 나를 위한 브런치 타임

어느 여름날, 핀란드 헬싱키의 거리에 작은 식당이 문을 엽니다. 식당의 주인은 작은 체구의 일본인, 사치에. 그녀는 거리를 지나다 누구라도 편히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식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식당의 이름을 갈매기 식당으로 짓게 됩니다. 메뉴 역시 심플하면서 맛있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메뉴는 다름 아닌 주먹밥입니다.

작은 체구의 일본인 여성 혼자서 하는 식당이 헬싱키 현지 주민들의 호기심을 끌지만, 좀처럼 손님이 되어 문을 두드리지는 않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찾는 손님이 없습니다. 이 갈매기 식당의 손님은 매일같이 공짜 커피를 마시러 오는 핀란드 청년 한 명뿐입니다. 일본 만화에 심취해 있는 이 청년이 하루는 사치에에게 '갓챠맨'의 가사를 물어옵니다. 하지만 사치에 역시 가사가 어렴풋이 맴돌기만 할 뿐 도무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치에는 서점 카페에서 심각한 얼굴로 '무민 계곡의 여름축제'라는 제목의 일본어 책을 읽고 있는 미도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말을 겁니다. 미도리는 '갓챠맨'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었습니다. 이를 인연으로 미도리는 사치에와 함께 지내면서 갈매기 식당을 돕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일본인 여성 마사코도 갈매기 식당의 일원이 됩니다. 20년 동안 부모님의 병시중을 든 마사코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핀란드행을 결정했습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핀란드의 에어기타 경연 대회, 휴대폰 멀리 던지기 대회 등을 보게 됐고, 하찮은 일에 그토록 열중하는 핀란드인이 인상에 남아 핀란드까지 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헬싱키 반타 공항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질 않았고, 가방을 찾기 위해 당분간 헬싱키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여유롭고 한없이 행복하게만 보이던 핀란드 사람들, 하지만 가래기 식당에 하나 둘 손님이 늘어가고 사치에가 만드는 일본 음식이 그들의 입에도 익숙해져 가면서 그들 역시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사치에도, 미도리도, 마사코도 서서히 알아가게 됩니다.

최고의 커피에 대한 전설과 마술을 알려주고 간 마티, 남편이 이유 없이 떠난 뒤 우울증에 시달리던 핀란드 여성도 그들의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됩니다. 아직 어떤 계획도 목표도 뚜렷하게 세우지 않았지만 헬싱키의 일상에 서서히 젖어들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갈매기 식당은 어느덧 헬싱키 현지 사람들로 만원을 이룹니다.

무레 요코의 소설<갈매기식당>

영화의 원작은 담담한 필치로 여성들의 일상을 그려내 많은 여성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작가 무레 요코의 소설 <갈매기 식당>입니다. 소설 속에는 영화에 담기지 않았던 세 여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치에의 이야기를 잠깐 보자면, 무작정 핀란드에 와서 갈매기 식당을 연 게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무술도장을 하는 아버지 곁에서 무술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열두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돼 이후 집안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요리를 하다 보니 자신이 요리에 흥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사치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고, 어느 날 복권을 샀다가 1등에 당첨이 됩니다. 역시 인생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봅니다. 이것이 사치에가 그 물가 비싸다는 핀란드에 가게를 열게 된 전말입니다.

이처럼 소설 속에는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일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변하길 바란다

영화 속 사치에의 대사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있는 한마디같이 느껴집니다. 되는 일도 없고 마음이 심란할 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이 영화가 뜻밖의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위해 향긋한 커피를 내리고 정성으로 주먹밥을 만들고, 시나몬 빵을 구워 함께 브런치 타임을 갖자고 해주는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힘든 당신에게도 이 영화를 권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타인의 삶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토닥여줄 줄 아는 사치에가 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