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길함으로 가득한 호르가 마을, 한 여름의 미드소마 축제
여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는 조울증을 앓는 동생에 대한 걱정이 지나친 탓에 남자 친구인 크리스티안이 자기를 질려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은 "너도 좋은 여자 만나야지, 언제까지 끌려다닐래? 이건 감정 폭행이야. 빨리 헤어져" 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정작 크리스티안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친구들이 어떤 말을 해도 끌려다니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 와중에 대니의 동생이 부모님을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니는 무너져버립니다. 멘털이 산산조각 난 대니를 방치할 수 없었던 크리스티안, 친구 펠레가 주선한 스웨덴 여행에 함께 하기로 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헬싱글란드 호르가 마을입니다. 목가적이고 나무가 늘어선 능선 아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들판 위에 합숙소와 부엌, 사원을 포함한 시골 풍의 건물들을 세우고 조상 대대로 공동체로 모여사는데, 친절하고 기쁨에 넘쳐서 잔치를 벌이는 마을 사람들은 축제의 상징물인 꽃기둥 메이폴을 세워 춤을 춥니다. 주인공 일행은 마을 사람들과 식사를 마친 뒤 의식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평화롭고 따뜻한 축제가 벌어질 것 같은 마을은 이방인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됩니다. 한 번 축제에 참여하면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고,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와 음식을 마시고 먹게 합니다. 또 상냥한 웃음으로 일관하면서 이상한 행동들을 합니다.
곧이어 기이한 의식이 등장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삶을 계절로 생각하는데, 18세까지는 봄, 18세에서 36세까지는 여름, 36세에서 54세까지는 가을, 54세에서 72세까지는 겨울이라고 정하고 살아갑니다. 72세 이후의 사람은 호르가 마을의 전통에 따라 반드시 어떤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 하는데, 바로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 의식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절벽 끝에 선 두 명의 노파는 행복한 얼굴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합니다. 한 노인은 즉사했고, 다른 한 노인은 목숨이 붙어있는 바람에 마을 구성원들이 달려들어 절구로 얼굴을 뭉개 죽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시체를 하루 종일 화장합니다. 이를 목격한 주인공 일행은 패닉 상태가 됩니다.
이 마을은 어느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얼핏 순수해 보이지만, 90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에 9명의 인신공양을 바치고, 72세가 되면 자살 세리머니를 해야 하며,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이를 신의 뜻이라며 신성시합니다. 또 외부에서 조달한 남자에게 마을 처녀를 주며 성교를 지켜보기도 합니다.
5월의 여왕을 뽑는 춤 대회에서 대니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다 겨우 살아남았지만, 크리스티안의 성교 장면을 목격하고 울부짖습니다. 그런 대니를 위로하며 짐승같이 울부짖는 자매들은 해괴한 공포로 다가옵니다.
부모님과 동생을 한순간에 잃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대니, 그나마 의지하고 붙잡을 대상이 크리스티안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티안은 마을의 꽃다운 처녀가 던지는 추파에 관심을 보입니다. 대니는 마을을 대표하는 5월의 여왕이 된 후 크리스티안의 불륜 성교를 목격하게 됩니다. 지독한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인해 인신공양 제물로 크리스티안을 지목하는 대니. 인생의 밑바닥에서 기댈 곳 하나 없는 존재였던 대니는 결국 공동체에 물들어가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어 갑니다.
이런 축제는 처음이야
<미드소마>는 공포 영화의 공식 같은 어둡고 음산한 배경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목가적인 분위기에 밝고 아름다운 배경 안에서 기존 공포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대낮 공포'를 선보입니다. 하지 축제라는 종말론적 모험을 하게 된 주인공 대니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신화, 전통적인 요소가 가득한 독특한 세계를 그려낸 아리 애스터 감독, 외로움과 슬픔으로 가득했던 대니가 새로운 문화 속에서 권력을 얻어나가는 과정은 강력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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