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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한인 가족의 낯선 미국 정착기

by 느린눈아 2022. 2. 5.
  • 감독 정이삭
  •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윌 패튼
  • 기본 12세 관람가 / 115분 / 드라마
  • 개봉일 2021.03.03

이민, 가족, 할머니

미나리는 냇가와 습지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을 말합니다. 주로 아시아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데, 물기가 많은 토양이라면 어디에서든 키우기 쉽고 수질을 정화해 줄 뿐 아니라 특유의 향미가 있어 잎과 줄기를 식용으로 사용합니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사연을 그리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자는 약속을 하며 함께 미국으로 향한 제이콥과 모니카. 두 사람은 딸과 아들을 낳고 낯선 땅에서 희망을 일구며 살고 있지만, 아는 이 하나 없는 미국에서의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결국 제이콥은 변두리로 밀려나 아칸소에 터전을 잡기로 합니다.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딴 이곳은 끝도 없이 녹음으로 덮여 있고, 너른 풀밭에 바퀴 달린 집만 동그라니 서 있습니다.
제이콥은 농장을 짓겠다며 이곳이 가족의 미래라고 말하지만, 모니카에겐 이곳에서의 미래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습니다. 남편 제이콥은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한국에 남아있는 장모님을 모셔오기로 합니다. 미국에서 뿌리내릴 땅을 찾던 한 가족에게 할머니가 찾아오면서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순자가 함께 살게 된 이후 제이콥과 모니카는 둘 다 병아리 감별 일을 시작합니다. 부부가 돈을 벌러 나가면, 할머니는 집을 보살핍니다. 하지만 손자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낯선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는 쿠키를 구울 줄 아는, 친구 집에서 봤을 여느 미국 할머니를 원하지만 한국에서 온 할머니는 자신에게 쓴 한약을 먹으라며 강요를 합니다.

하지만 외할머니의 등장은 가족들에게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족이 되어갑니다. 처음부터 가족이었지만,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맨 땅을 일구며 진짜 가족으로 다시 거듭나는 겁니다.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이주민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 영화, 미나리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로, 한국계 미국인인 그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인 가족의 미국 생활을 세밀하게 담아냈고,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못했던 소외감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미나리는 오늘날의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의 삶이 지속되는 한, 미나리와 같은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보편적이지만 구체적인 이야기가 주는 묵직한 힘이 느껴졌고, 아름다운 순간과 위트가 필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아역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두 아역배우는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데이비드 역의 앨런 김은 극 중 가족의 막내로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노엘 케이트 조는 연극부 이력을 가진 배우답게 속 깊은 앤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습니다. 특히 앨런 김은 배우 윤여정과 할머니와 손자 케미를 선보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데이비드는 순자가 다른 할머니처럼 쿠키를 구워주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다며 진짜 할머니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자신을 놀리는 할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소변을 음료수라고 속여서 아빠 제이콥에게 크게 혼나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둘은 바로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어떤 유대감을 갖게 되면서 특별한 케미를 완성시킵니다. 앨런 김은 순수한 매력뿐 아니라 감독이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을 표현해내는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워싱턴 비평가협회 아역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K-할머니의 기적

미나리로 단연 주목받은 이는 스스로를 ‘노배우’라 칭하는 연기 경력 50여 년의 윤여정이었습니다. 윤여정은 극중 어린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순자를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40여 개가 넘는 해외 연기상을 휩쓸었고, 미국 배우 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석권하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 이미 유력하게 예측된 바 있습니다. 특히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고, 최종적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문화예술 공로자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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