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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우리에게 치유와 용서에 이르는 시간이 왔다

by 느린눈아 2022. 5. 27.

 

1. 영화 모티브 

2018년 2월,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묻지마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집니다. 사건 당일날 아침, 학교에서는 화재 대비 훈련을 했고, 가해자는 학교 일과가 끝나기 전 화재 경보를 울렸습니다. 학생들은 화재 대비 훈련을 또 하는 줄 알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고, 가해자는 이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그리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 미처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을 향해 묻지마 사격을 했고, 사망자 17명 중 12명이 실내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가해자는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던 19살 아일랜드계 미국인이었으며, 자폐증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학교에 탄환을 가지고 온 적이 있었고, 자주 교칙을 위반해 퇴학을 당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는 자기 총을 자랑하며 언젠가 자신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다고 합니다.

이 끔찍한 사건이 있은 뒤 미국의 10대들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그리고 3월 24일에는 대규모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는데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무려 80만 명이 함께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감독은 이 사건을 보면서 영화 '매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사건이 너무 끔찍해서 이 사회가 비극처럼 느껴졌고, 1999년에 있었던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과 함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2. 영화 줄거리 

한 교회의 집사가 방을 꾸미고 있습니다. 잠시 후 이 곳에 오게 될 손님들을 위한 공간을 준비하는 것인데, 하나의 테이블과 네 개의 의자 그리고 갑 티슈가 준비됩니다. 잠시 후 손님들이 도착합니다. 두 쌍의 부부가 교회를 찾았고, 이들은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의 부모입니다. 이들은 하나의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부까지 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습니다. 네 사람의 말과 행동, 표정으로 그저 짐작할 뿐입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고, 서로 안좋게 엮였구나' 정도만 알 수 있습니다. 피해자 부모는 가해자 부모를 추궁하거나 비난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왔지만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고, 가해자 부모는 피해자 부모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하려고 하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어휘 하나하나가 혹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네 사람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대화를 해 나갑니다.

그러다 영화가 중반부를 지날 때 즈음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묻습니다 '애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부모는 뭘 했냐'고 말입니다. 분노와 슬픔, 좌절과 후회 등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후반부에 묻지마 총기 난사라는 엄청난 사건을 벌인 가해자의 부모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세심하게 다룹니다. 버티긴 버텼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었고, 지난 6년은 피해자 유족뿐 아니라 가해자 부모도 슬픔으로 얼룩진 시간이었음을 영화는 놓치지 않고 짚어줍니다. 

피해자 부모는 대화 끝에 치유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가해자는 어땠을까요. 가해자 부모는 용서받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용서는 곧 치유로 이어지는 길이니까요. 지난 6년간 한 번도 입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던 내적 감정을 한 톨도 남김없이 모두 쏟아낸 네 사람은 그렇게 용서와 치유에 이르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3. 총평

영화 매스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120분 가까이 회상장면 하나 없이 오로지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되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화는 중반부까지 구체적인 상황이 노출되지 않아서 관객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영화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지점까지만 잘 버티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사연을 털어놓는 이들의 용기에 박수쳐주고 잘 풀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가해자에게 덧씌워진 주홍글씨가 하루빨리 지워지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 새로운 영화를 보게 되어서 상반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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