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웨스 앤더슨
- 출연 오언 윌슨, 에이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워츠먼
- 기본 15세 관람가 / 104분 / 모험, 코미디, 드라마
- 개봉일 2007. 12. 13.
명문가 삼 형제의 인도 여행 소동극
휘트먼가 삼형제는 다들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맏형은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자기 몸 하나 건사 못하는 형편에 지나치게 동생들까지 간수하려 들고, 둘째는 형에게 대들기 일쑤고 아버지의 유품은 모조리 품고 다닙니다. 막내는 전 애인의 전화를 수시로 도청합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은 집안에 충격을 몰고 왔습니다. 장례를 치른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삼 형제는 그동안 말 한마디 없이 소원하게 지냅니다. 그러다가 장남 프랜시스(오언 윌슨)가 모터사이클 사고로 죽다 살아났고, 형제들의 우애를 회복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기어이 동생 피터(에이드리언 브로디)와 잭(제이슨 슈워츠먼)을 인도 여행에 초청하면서 이상한 로드무비가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유품인 여행 가방 11개를 각자 잔뜩 짊어지고 나타난 형제들. 장남 프랜시스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어머니를 찾아 나선 길이기도 한데, 그 사이 어머니(안젤리카 휴스턴)는 인도의 오지로 떠나 고아들을 돌보는 수녀가 됐습니다.
이들은 좁은 기차 안에서 계속 사고를 칩니다. 잭은 여승무원과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고, 피터는 뱀(독사)을 사서 기차 안에 들여와 문제를 일으킵니다.
기차가 느닷없이 철로를 벗어나 이상한 곳에 도착하는 등 이들의 여정은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급기야 기차에서 쫓겨난 삼 형제는 길을 걷던 중 강물에 빠진 소년들을 발견하고 몸을 던져 구합니다. 그러나 아이들 중 한 명은 끝내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되고, 삼 형제는 외단 마을에서 벌어지는 장례식에 참석하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다시 어머니를 만나러 떠납니다. 오랜만에 본 엄마는 자식들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리고 그간의 일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다음 날 엄마는 다시 자취를 감춥니다. 아침 일찍 산에 올라 브렌단이 알려준 의식을 마친 형제들은 또다시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매번 챙겨 다니던 아빠의 가방들을 팽개치고 기차에 오릅니다.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가벼워진 휘트먼 형제들의 새로운 여행이 다시 시작됩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상미학
웨스 앤더슨 감독은 배우와 사물을 마치 장기판의 말처럼 쓱쓱 움직여 화면의 중앙에 누군가가 자리잡을 때 숏을 마무리합니다. 이것은 배우의 동선과 리듬, 미술 작업, 카메라와 조명의 호흡이 정밀하게 맞아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특히 2층 침대와 칸막이, 복도로 통하는 미닫이, 차창과 거울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분할되고 연장되는 기차 장면은 백미입니다. 셋 중 하나가 빠지면 둘이 그룹을 짓고, 하나가 다시 돌아오면서 구도가 재편되는 화면 구성 패턴은 <다즐링 주식회사>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웨스 앤더슨 감독은 삼 형제가 여행 떠나는 이야기를 머릿속에 막연하게만 가지고 있었는데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전해준 장 르누아르의 51년작 <강>을 보고 인도에서 촬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인도 갠지스 강가를 배경으로 한 르누아르의 컬러영화 처녀작에 홀딱 반한 앤더슨은 제이슨 슈워츠먼, 소피아 코폴라의 오빠인 로만 코폴라와 한 달간 인도를 여행하며 함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합니다.
<다즐링 주식회사>의 '다즐링'은 인도 히말라야산맥 근처에 위치한 산맥 이름이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홍차의 종류 역시 지명을 그대로 따 '다즐링'이라 불립니다. 그리고 다즐링 주식회사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인도 철도청의 열차의 이름입니다.
열차의 장면들은 인도 북서부 사막인 라자스탄주의 죠드뿌르와 자이살메르 구간에서 촬영되었는데, 다즐링은 동북쪽 산악지대인 웨스트 뱅갈주에 있다고 합니다. 정 반대인 것이지요.
삼 형제의 이름은 프란시스(포드 코폴라), 피터(보그다노비치), 잭(니콜슨)에서 따왔고, 특히 둘째인 피터 역은 처음부터 에이드리언 브로디를 생각하며 썼다고 합니다.
나탈리 포트만은 <호텔 슈발리에>를 촬영하기 위해 죠드뿌르까지 날아갔다가 30분 촬영을 마치고 10일 동안 인도에 머무르며 여행했고, 빌 머리 역시 3일 계획된 촬영을 하루 반나절만에 마치고 무려 한 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다고 합니다.
삼 형제가 애지중지 아끼는 11개의 가방
이 가방은 <다즐링 주식회사>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루이비통의 아트디렉터와 마크 제이콥스가 함께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개성 강한 삼 형제라도 결국에는 관계도 회복되고 같은 방향을 달려가듯 가방에 그려진 야자수, 영양, 코뿔소는 가죽에 프린트되어 조화를 이루고, 낡았지만 빈티지 명품처럼 삼 형제의 우애도 익어간다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댓글